[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소설을 읽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영화

2026. 3. 12. 16:44카테고리 없음

 

감독 필 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 | 개봉 2026.03.18 | 장르 SF·모험 | 러닝타임 156분

 

원작 소설 팬이라면 영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딱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왔을 것이다. 기쁨, 그리고 공포.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읽는 내내 "이게 영화가 되면 어떻게 구현되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소설이다. 구조 자체가 특이하고, 핵심 감동이 활자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고, 무엇보다 '로키'가 있다. 그 로키를 스크린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 이 질문 하나가 소설 팬들 사이에서 수년간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면, 우리는 그 답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왜 이 소설은 영화화가 어렵다고 했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앤디 위어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마션>으로 이미 SF 팬들의 신뢰를 얻은 작가가 2021년 내놓은 작품인데, 두 번째 소설 <아르테미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직후라 솔직히 처음엔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밤을 새웠다. 다들 그랬을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기억을 완전히 잃은 채 우주선 안에서 혼자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료 승무원 두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 그는 조금씩 기억을 되찾으며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게 되는데 — 이 기억 회복 구조가 소설의 첫 번째 묘수다. 독자는 주인공과 동시에 상황을 파악해 나가고, 그 정보가 조각조각 채워질수록 이야기가 더 무거워진다.

 

문제는 이 구조가 영화로 옮겨올 때 어떻게 될 것이냐다. 소설에서 기억 회복은 문장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독자가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걸 플래시백으로 처리하면 자칫 산만해지고,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면 설명적이 된다. 예고편을 보면 필 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 콤비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짝 보이는데 — 판단은 직접 보고 해야겠지만, 적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로키. 이 영화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원작 팬이라면 로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기대의 70%는 로키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달려 있다.

로키는 외계 생명체다. 생김새도, 언어도, 감각 기관도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소설에서 두 존재가 처음 소통을 시도하는 장면, 그리고 조금씩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이다 보니 언어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가 결국 이 소설 전체의 감동이다.

 

그런데 이걸 CG로 만들면 어색할 것 같고, 그렇다고 배우가 연기하기엔 설정이 너무 비인간적이다. 여기서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이 놀랍다. 로키는 CG가 아니라 실물 퍼펫으로 제작됐다. <E.T.>나 <맙소사>처럼 손으로 만든 존재.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시사 후 퍼펫의 완성도에 감탄을 표했다는 후기가 나오면서 소설 팬들 사이에서 일제히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퍼펫이라니, 오히려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로키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너무 완벽한 CG보다 약간의 물질감이 있는 퍼펫이 오히려 그 낯섦을 더 진하게 살려줄 수 있다.

 

당신은 SF 영화에서 외계인이 등장할 때 어떤 느낌을 기대하는가? 위협적인 존재? 경이로운 존재?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로키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그냥, 친구다. 그게 이 이야기가 가진 가장 특별한 감정이고, 영화가 그것을 제대로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선택

그레이스 역에 라이언 고슬링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은 엇갈렸다. 원작 속 그레이스는 중학교 과학 교사 출신의 평범한 중년 남성인데, 라이언 고슬링은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 솔직한 첫 인상이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고슬링이 연기하는 그레이스는 엄청난 영웅이 아니다. 두렵고, 혼란스럽고,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도 처음엔 모른다. <라라랜드>나 <바비>에서 보여줬던 그 얼굴이 아니라, <퍼스트맨>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보여줬던 그 내면의 침잠함 — 소리 없이 무너지는 사람의 표정 — 이 역할에서 살아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게다가 각본을 <마션>의 각본가였던 드류 고다드가 썼다. <마션>은 원작의 유머와 과학적 문제 해결의 쾌감을 거의 완벽하게 영화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소설에, 같은 각본가가 붙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소설 팬으로서의 딱 하나 걱정

예고편을 여러 번 돌려봤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 있다. 원작 소설은 기억 회복의 구조 덕분에 독자가 그레이스와 정보를 동시에 습득하면서 같은 무게의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영화는 156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그 모든 감정의 층위를 다 담아야 한다. 압축 과정에서 무언가 잘려나갈 것이다. 어떤 장면이, 어떤 감정이 잘려나가느냐가 이 영화의 평가를 가를 것이다.

 

특히 지구에서의 회상 장면들 — 그레이스가 어떻게 이 임무에 오게 됐는지, 에바 스트라트가 그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 이 부분이 충분히 살아있느냐가 중요하다. 결말의 감동은 지구에서의 기억이 얼마나 무겁게 쌓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 앞에서

리뷰를 쓰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를 이렇게 길게 쓰고 있다는 것이. 그만큼 이 소설이 내게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고편 조회수 4억 뷰, 해외 시사 후 쏟아진 '걸작'이라는 단어들. 소설 팬의 입장에서는 이 단어들이 기쁘면서도 조심스럽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레이스와 로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제대로 살아나길 바란다. 그 두 존재가 언어도 없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장면에서, 극장 어딘가에 앉은 관객이 예상치 못하게 눈물을 흘리길 바란다. 그 감동은 독자가 먼저 경험했고, 이제 영화가 그걸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차례다.

 

 

"나는 자살 임무를 수행하러 왔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레이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이 이야기의 전부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개봉일 당일 IMAX 예매를 강력히 권한다.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 솔직히 먼저 소설을 읽고 가길 권하고 싶지만, 영화로 처음 만나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마음의 준비는 해가야 한다. 이 영화는 분명 그냥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다.